새해 들어 한 다짐 중에 창조적인 일 하기가 있다.

무언가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를 고무시키며 생활에 큰 활력을 주는 것 같다.

근래에 내가 한 창조적인 일들은 아마 대부분 코딩일 것이다.

하지만 요즘에 가장 관심 있는 창조적인 일은 글쓰기 이다.

내가 참 잘 못하는 것 중에 하나 인데, 그래도 쓰고 보면 뭔가 기분이 좋다.

매일 짧은 글이라도 적어보자고 다짐을 했다.


다짐 한지 꽤 오래 지난 것 같은데, 생각해 보니 올해 처음 쓴 글은 저번 주 목요일에 쓴 서평이다.

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- 제목이 예뻐서...

이 짧은 글이 뭐라고, 출근하자 마자 글을 쓰고 기분이 좋아서 한참이나 연구실을 걸어 다녔다.

금요일에는 쓰던 논문을 제출했다.

고생했으니 이걸로 하루 때우자며 그냥 넘어갔다.

생각해 보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 글이니까 몇 일 더 때워도 되지 않을까 하며.


토요일에는 짧은 편지를 썼다.

선물하는 책에 뭐라도 한마디 적고 싶었는데, 원래 나는 책에 그 무엇도 쓰지 않는다.

꼭 필요할 때는 포스트 잇을 이용하고.

선물하는 책에 포스트 잇을 붙이는 것은 좀 성의 없게 생각될 것 같기도 하고,

카드나 편지를 쓰기에는 너무 무거워 보이고.

또 포스트 잇에 적으면 받자마자 떼어버릴지도 모르고,

간직하고 싶어도 어느 날 살펴보면 사라져 있을지도 모르니.

아끼는 만연필에 잉크까지 새로 넣어 '월야' 색으로 짧은 편지를 적었다.

꼭 주고 싶은 사람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라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.


오늘은 정각 8시쯤에 출근을 했다.

항상 다니던 길이지만 그 시간을 조금 앞당기니 내가 모르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다.

너무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, 그것들을 모두 적고 싶었지만

이내 포기했다.

생각은 이 글을 쓰는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데,

내가 아무리 쉴새없이 무언가를 계속 써 나가더라도

내가 생각하는 모두를 적을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.

그 때 한 그 생각들도 내 머릿속 어딘가에는 기억되어 있겠지.

언젠가는 다시 떠오를꺼라 믿기로 했다.

하지만 한가지.

어릴 때 읽었던 '쌍무지개 뜨는 언덕' 이라는 책에서 봤던 글귀는 적어 두고 싶다.

새벽은 부지런한 사람들이 돋보이는 시간이라고.


사실 무엇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도 나에게는 큰 고민거리이다.

가장 좋아하는 환경은 좋은 노트에 만연필로 글을 쓰는 것이지만

글을 잘 못쓰는 내게 수정하기 어려운 그런 환경은 어울리지 않는다.

결국 알라딘 다이어리는 뜯지도 못하겠네.

아직 더 고민해 볼 일이다.

오늘은 여기까지.


P.S. 어제 사피엔스라는 책을 읽으며 큰 지적 자극을 받았다. 이런 느낌 정말 좋다.

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고, 그것을 믿게 만드는 능력이 인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.

그 이야기는 내일을 위해서 남겨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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